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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칼럼
왜냐하면...
등록일
2025-02-24 00:27
조회수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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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대하는 신자의 바람직한 태도는 “왜?”라는 진지한 의문을 갖고 읽는 것이다.
성경말씀 배후에 있는 하나님의 뜻과 의도를 올바르게 깨닫고 믿음으로 수용했을 때, 그 말씀이 자신의 믿음의 집을 건축해나가는데 온전한 주춧돌이 된다. 신앙의 영역이니 “무조건 믿어라!”는 주장에 건강한 사유없이 수동적이고 맹목적인 순종은 자신의 영혼에 독이 될 수 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롬 13:1)
“왜냐하면”, 다스리는 자들은(οἱ γὰρ ἄρχοντες) 선한 일에 대하여 두려움이 되지 않고 악한 일에 대하여 되나니 (롬 13:3)
“왜냐하면”, 그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θεοῦ γὰρ διάκονός ἐστιν) 네게 선을 베푸는 자니라 (롬 13:4)
여기 헬라어 성경원본에서 주목할 단어는 ‘왜냐하면(γὰρ; 가르)’ 접속사이다. 왜 하나님께서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을 하라”고 명하셨는지, γὰρ 접속사 다음에 상세히 나와있다. 안타깝게도 한글 번역본에는 이 접속사를 해석하는 표현이 살려있지 않다. '왜냐하면'이란 표현이 없다.
과연, 이 성경구절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일이니, 우리는 위에 있는 권세앞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성경적으로 옳다고 결론낼 수 있을까? 아니면 하나님의 사역자로서, 그로부터 권세를 위임받은 자들을 통해 공정한 사회를 이끌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선한 뜻이 읽혀지는가? 선을 베푸시고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하시는 하나님의 대리자로서(롬 13:4), 권세를 허락받은 그가 마땅이 해야할 바를 하기는 커녕, 하늘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남용하여 자신 스스로가 악을 행하며 사익추구에 권력의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며 백성들을 근심케 한다면, 그는 이미 “각 사람이 복종해야될” 다스리는 자의 합당한 자리에서 벗어난 자이다. 하나님의 진노의 대상으로 떨어진 자이다.
말씀을 주신 하나님의 의도를 신중하게 사유하지 않고, 적지않은 교회지도자들이 로마서 13장 1절 구절을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1) 대상이 되는 성경 구절의 앞뒤 의미있는 맥락을 거두절미하고, 그 구절만 가지고 결론을 맺는 설교
2) 그 말씀을 주신 하나님의 성품/뜻/의도를 도외시하거나, 성경원본 original text가 기록되었을 당시의 사회/경제/정치/생활/언어적 맥락의 진지한 이해를 건너뛴 성경해석은…
독이 될 수 있다. 괴이한 신앙집단을 낳을 수 있다. 사회에 큰 아픔을 초래할 수 있다.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오늘 한국사회에서 두 눈 똑똑히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성경에 대한 이러한 '문자해석주의'는, 오늘 한국사회를 아프게 만들고 있는 현상과 연결되어있다. ‘사유의 게으름’이란 치명적인 질병으로 서로 얽혀있다. "그 딴 것 모르겠고.." 하며 거짓/억지/왜곡 주장을 맹신하고 실어나르며, 진리를 탐구하는 순전한 노력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정보를 취사/편향 섭취하는 - '축소주의 reductionism'*, '반지성주의 anti-intellectualism' – 몹쓸 병과 일맥상통, 병명만 다를 뿐이지 동종의 질병이다.
022325
*Reductionism: The tendency to simplify biblical teachings or theological concepts, sometimes overlooking their full depth and con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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