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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칼럼
어둔 밤길 편의점 간판처럼
등록일
2025-03-30 20:29
조회수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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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큼직한 산처럼 떠억 버티고 있는 고난의 벽에 놀라
기도의 숨조차 멈춰버릴 때가 있다.
건강한 자가 아니라 병든 자를 고치시러,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회개시키러 오신 주님을(눅 5:31-32)
보지 못했다면 ‘고난의 때’가 절호의 기회이다.
내가 병약하고 죄악으로 눌린 짐에 힘겨워 할 때…
비바람은 커녕 살랑 바람조차 숨을 죽이고
양어깨에 머금은 따사로운 햇살이 밀어주고
청명한 하늘이 환하게 인도해주는 산행길에선
‘피난대피소’가 눈에 띄질 않는다.
정오에서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하늘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어두워지고
소낙비는 세찬 바람과 합세하며 맹공을 퍼붓고
경악으로 가득 찬 등산길에서 ‘대피소’ 세 글자가
골목 밤길을 환하게 비추는 편의점 간판처럼
눈에 확 들어온다.
고난의 어둔 터널에 갇혀 있을 때, 우린 자주 자신의 실수, 한계, 실망, 좌절을 목격한다. 그리고 자신의 무르고 연약함을 묵상하며 한숨을 내쉰다. 설상가상 상황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기울어져만 가고… 한숨은, 자신 안에 꼬인 창자를 토해낼 정도로 깊은 탄식이 되어 뿜어져 나온다.
‘이게 인생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도 믿음으로 버텨야지!’ 내면의 구호와 함께
‘믿음’이란 두 글자를 수도 없이 되뇌며
두 손 땅에 짚고 힘없던 다리에 힘을 불어넣어 일어난다.
..
..
‘이게 아닌데…’
박제된 화석처럼 내가 토로했던 믿음의 구호로는 실제로 힘이 생기질 않는다. 생기가 여전히 없다. 자신안에 습관화된 내면의 구호로 버틸 일이 아니다. 인내로 혀를 깨물고 일어나 상황을 꾸역꾸역 버틸 일이 아니다.
부르짖을 일이다. 한 장 크리넥스 티슈처럼 연약한 자신의 바닥을 알았으니, 자신의 온 몸과 혼과 영을 그분께 맡길 일이다. 그를 찾는 자에게 상을 주시고, 부르짖는 자에게 더욱 큰 일을 보이시고 도우시는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 전적으로 의지할 일이다.
“강헌아! 하나님의 은혜를 너 같이 얻은 아들이 누구냐?”(신 33:29)
이 귀한 믿음을 회복하고, 그 믿음으로 부르짖으라고 내게 세찬 바람과 퍼붓는 소나기와 어둠의 불확실을 허락하셨다. 그분께서 내게 허락하신 고난이 - 우리 동네 사림동 골목 밤거리를 환하게 비추는 연두색 네온 ‘CU’간판 처럼 – 나를 ‘돕는 방패’시요, 나를 위해 일하시는 ‘영광의 칼’을 환하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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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리 동네 밤길을 환히 비취는 씨유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