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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칼럼
[진실에는 관심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법정]
등록일
2026-04-21 09:13
조회수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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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에 도착하니 10분 간격으로 빼곡히 잡힌 재판 일정이 눈에 들어왔다. 숨이 콱 막혔다. 사건의 실체에 대한 변론을 이 짧은 시간에 소화해야 하다니 답답하고 억울한 심경에 대못질을 하는 것 같았다. 원고는 위자료 청구의 근거로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1) 반려견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무력감
2) 2차 가해 및 보복의 두려움: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눈이 마주친 내가 욕설을 했다는 주장
3) JTBC ‘사건반장’ 보도 이후 발생한 영업상 손실
나는 재판정에서 견주측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씩 반론을 제기했다.
첫째, 때마침 법원 모니터에는 사건 당시 미용실 내부 전경을 보여주는 화면이 떠 있어서, 실내의 청결상태를 잘 설명할 수 있었다. 개가 앉은 소파와 그 옆 손님용 의자는 개의 오물로 더럽게 얼룩져 있었다. 바닥에는 남성 손님들의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나뒹굴고 있었다. 개는 그 위를 활보하며 호흡기와 안구로 머리카락이 들어갈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개의 눈가에서 입 언저리까지 넓고 검붉은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심각한 안구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었다. 견주가 과연 반려견의 위생과 건강에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둘째, 서로 눈이 마주친 그날, 그녀와 나 사이에는 4차선 도로 위 횡단보도가 있었다. 나는 횡단보도 좌측의 교회로 가던 중에 우측 미장원에 있는 그녀와 눈이 잠시 마주쳤다.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 즉시 고개를 돌려 입도 뻥끗하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교회로 향하던 상황이었다. 추운 날씨로 미용실 문은 닫혀 있었고, 차량 소음이 극심한 30~40미터 거리에서, 내 목소리가 견주에게 들렸고 그것이 욕설이라는 주장은 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셋째, 견주는 JTBC 보도(5/8) 이후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사건발생전 1주간 고객수 23명 대비, 사건발생(5/4) 직후 1주간 고객수 6명을 비교제시했다. 그런데 해당 방송 이후 실질적인 손해를 증명하려면, 5/8일 이후의 자료를 제시해야 되는 것 아닌가? 기간이 왜곡된 자료를 제시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나의 반론이 이어질 때마다 재판장은 제지했다.
“그렇게 일일이 변론할 시간이 없다.”
“자료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은 판사의 몫이니, 그렇게 얘기할 필요 없다.”는 식이었다.
재판정은 진실을 가리는 곳이라 믿었다.
소송 당한 사건에 대해 출석하여 변론하라는 법원의 ‘출석명령’에 따라 출석목적대로 성실히 변론하려 했으나, 시간이라는 물리적 제약과 재판부의 고압적 태도 앞에서 ‘사건의 본질 파악을 통한 진실 규명’이라는 법정의 본질에 대해 깊은 회의를 통감했다. 비록 수차례 제지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장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할 말은 다 했다고 본다. 원고측 변호사는 동일 사건 형사판결에 대한 대법원 상고가 기각이 되었으므로 유죄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반론했다.
먼저 수의과 전문교수의 법정증언을 정반대로 왜곡 인용한 원심의 판결 오류를 지적했다. 원심은 “6개월 정도의 강아지에게 20초 정도의 압박은 두렵고, 떨리고, 무서운 정도의 압박이라고 증인이 진술하고 있는 점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실제 증언 녹취록에 의하면, “(그러한 제재로 반려견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으나 그 정도의 스트레스는 미용이나 목욕, 병원 진료 등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라 증언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단지 일상적 수준의 스트레스에 불과하며, 두렵고 떨리는 정도의 고통을 받은 것이 아님을 전문가가 확인한 것을, 1심 판사가 완전히 반대의 의미로 인용한 것이다.
이에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여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 심판을 받고자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상고 기각 결정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 나는 상고 이유서에 원심판결(벌금 100만원)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처벌로써 상대적으로 과하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표현을 빌미삼아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했다 간주하여, 상고대상 요건(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 선고)에 비해 내가 받은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양형부당’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기각한 것이다. 원심판결의 중대한 오류(채증법칙 위반)를 이유로 상고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양형부당에 대한 상고’라는 허울을 씌워, 정의로운 판결을 받을 기회를 절차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흑암으로 광명을 삼으며 광명으로 흑암을 삼으며 쓴 것으로 단 것을 삼으며 단 것으로 쓴 것을 삼는 자들은 화 있을진저(사 5:20)”
이렇게 나는 원심과 대법원 상고기각 결정에 대한 부당함을 설명했다. 판사는 덧붙이는 말없이, 5월 20일 13:30에 판결을 내리겠다고 선언하며 서둘러 재판을 마치려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읍소했다.
첫째, 형사 원심은 객관적/의학적 증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견주의 주관적 감정만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하였는 바, 이는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한 형사상 책임 원칙을 심각하게 일탈한 것임을 분명히 하며, “귀 민사법원은 형사 판결의 형식적 결과에 기속되지 말아달라” 당부했다.
둘째, 사건사고가 많은 이 시대에 비교적 경미한 이 사건은 행정/사법 당국의 단계단계마다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한 진지하고 세심한 과정 없이 속결로 진행된 점을 지적했다.
경찰 조사가 끝난 직후, 심문실에서 나오는 형사는 내게
“이것 아무 일도 아닌데, 목사가 했기에 큰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창원중부서도 오늘 하루 종일 난리가 났었습니다.”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하러 온 견주에게 “별 실익이 없으니, 그렇게 심하게 할 필요 없다.”는 고발접수창구의 조언에 화가 난 그녀는 이를 자신의 인스타에 올렸고, 이로 인해 여러 인터넷 언론들의 취재 시도로 시끌벅적했다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에 일파만파 떠들썩하게 퍼진 사건이라 자신들도 이를 없던 것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면서 검찰로 송치될 것이라 했다.
검찰로 송치된 후, 통상적으로 검찰에서 법원기소 결정까지 6주 정도 소요되는 기간 동안, 나는 사건 진위에 대한 ‘참고서면’을 검찰에 제출하려고 준비중에 있었다. 당시 명태균사건 등으로 정신없던 창원검찰은, 비교적 경미한 본 사건에 대해 2~3주도 지체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약식기소 결정을 훅 해버렸다.
형사 1심은 앞서 언급한 대로, 견주의 주관적 감정만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하고 이에 대한 근거로 법정증인의 증언을 왜곡발췌했다. 2심은 이에 대한 우리측 주장에 대하여 일언반구 심리하지도 않은 채, 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을 수 없다며 항고 기각했다. 오늘 민사법정의 판사도 듣기만 하고, 서둘러 재판을 종료했다.
이 모든 과정 어디에서도, 사건의 진실 파악을 위한 세심한 노력은 없었다.
효율, 성과를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건사고가 쏟아지는 이 시대에, ‘약식기소 벌금 1백만원’ 형량에 대한 부당함과 억울함에 대한 하소연을 귀담아 듣고 사회정의를 향한 숭고한 책임을 다하는 행정/사법 공권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허물어진 꿈, 만신창이 너덜너덜해질대로 피폐해진 삶,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 우울증 등으로 지난 2년간 누적된 트라우마… 약자의 아픔을 나눌만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프랭크 카프리오(Frank Caprio, 1936~2025)와 같은 판사를 기대했던 것은 나만의 깜찍한(?) 공상이었다.
5월 20일 재판정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정오의 빛 같이 빛나도록 기도로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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