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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음이냐? 평온이냐?]
등록일
2026-06-26 11:20
조회수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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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전 실버타운에 입주한 지, 1년이 되어간다. 급식용역업체가 안정되게 양질의 음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입주자는 한 달에 60식을 의무적으로 먹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거둔 돈은 그대로 업체에게 지불되는 것이 공지된 계약사항이다. 그런데 올해초 그 돈이 전부 업체에게 가지 않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입주자 대표측은 관리실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며칠 전 주민 공청회 자리를 통해 해명을 했다. 그 해명도 입주자 대표위원 중 한 명이, 마치 관리실을 변호하듯 해명을 했다. 더욱이 못마땅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설명해왔던 급식비 구조를 식단가제에서 복잡한 운영원가제로 갑자기 바꾸어 설명을 했다. 그렇게 계산체계를 바꾸니 오히려 적자를 봤다는 것이다. 많은 회의와 의심이 갔으나, 질문하는 입주민은 나를 포함해 두 세명뿐. 그리고 “앞으로 식대문제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입주자 대표의 강성발언으로 공청회는 끝났다.
근거도 입증 자료도 없는 허무맹랑한 관리실이 만든 자료를, 관리실의 예산집행업무를 감독해야 할 입주자 대표위원이 해명한답시고 나서고, 입주자 대표가 관리실을 두둔하는 형국.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조용했다. 대노 (大怒)한 내 가슴만 쿵쾅거리며 시끄러웠을 뿐. 회의가 끝나고 오늘까지 많은 분들이 내게 “수고하셨어요.” “속이 상하시겠어요.”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대다수는 이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고 조용한 평안을 원했던 것 같다. 입주자 대표뿐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두가 문제의 디테일을 파헤칠 시간도,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지적한 ‘옳음이 주는 즐거움(The Joy of Being Right)’ 에 내가 갇혀 있지는 않았는지 숙고해본다.
에고는 오직 '옳음'을 먹고 살아간다. 옳다는 것은 머릿속의 특정한 입장, 즉 하나의 관점이나 의견, 판단, 혹은 스스로의 이야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내가 옳기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틀려야 하기에, 에고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풀리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의 잘못을 찾아내고 지적하길 원한다.
내가 옳아야만 한다는 그 갈증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당신은 내면 가장 깊은 곳에 깃든 평온과 마주하게 된다.(1)
톨레의 말에 시끌벅적 떠들썩했던 내 마음이 오히려 진정이 된다.
뒤늦은 나이에 인생을 사는 지혜를 깨달았는지
물러지고 힘 빠진 노년에 더 이상 대응할 기력이 쇠진해서인지
옳음을 향한 형극보다
나무그늘 벤치에 앉아 파란 하늘을 보는 평온함이 좋다.
충분히 나이 든 사람의 여유는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가?
크게 틀린 줄 알면서도 대다수가 가는 편한 길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Put peace above being right!
062626
(1) Eckhart Tolle, A New Earth: Awakening to Your Life’s Purpose (London: Penguin Books, 2005), pp 7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