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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금융중심가에서 한식업을 시작한 이유]
등록일
2026-07-07 18:03
조회수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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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식당에서 비빔밥 한 그릇은 5파운드였다. 손님은, 따라 나오는 반찬과 함께 한 그릇을 비운 후 셀프로 따른 물로 입가심하고 먹은 숫자대로 “5 곱하기 사람수” 해서 식대를 지불하면 그만이다. 일식, 프렌치, 이태리식에 다 있는 up-sell, cross-sell(1) 개념이 없다. 더 팔아서 이문을 남기기가 어려운 메뉴 구조이다. 그래서 평균 객단가 5파운드가 당시 런던에서 한식 경쟁력의 현주소였다.
반면에 up-sell, cross-sell 개념이 찬란하게 발달한 일식을 런던에서 즐기려면 15파운드 이상은 지불해야 했다. 고객의 심리적 지불가치(2) 측면에서 아시아 음식 중에서 한식은 일식, 인도, 태국, 인도차이나, 중국 음식에도 뒤처지는 싸구려 low-end로써 자리매김 받고 있었다. 한식에 대한 지불가치가 일식의 1/3정도로 형성되면, 한식은 싸구려가 가야만 하는 가도를 달릴 수밖에 없다. 빈한 자의 악순환의 고리를 밟을 수밖에 없다. 밝고 화려하고 분주한 거리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어둡고 칙칙한 골목길에 위치하거나, 매장 외관과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투자하여 가고 싶은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맛깔내게하고 고급 진 용기와 멋진 로고가 선명히 박힌 포장재를 쓸 수도 없다. 고객의 선택과 입맛을 북돋도록 상냥하고 영어에 능통한 능력 있는 스태프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신선하고 좋은 식자재를 선별해서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렇게 사업할 여건이 위축되면, 이것은 일개 식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지 한식업계 전체의 문제가 된다. 멋들어진 한글 간판을 뽑아 달려고 해도, 그만큼 큰 크기의 한글 폰트를 전문적으로 실크스크린 인쇄해서 톰슨 가공하는 업체를 구할 수가 없다. 시장 수요가 미미하기 때문에 이들 전문가들이 런던에서 사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면 규모의 경제가 발동하기에, 현지에서 일식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업할 여건이 좋아진다. 생선, 식초, 저린 랏쿄, 베니쇼가 같은 식재료를 현지에서 만든 신선한 식품으로 좀 더 싼 가격에 현지에서 구입할 수가 있다. 한식의 기초 식재료인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은 모두 한국에서 들여와야 한다. 오랜 기간을 거쳐 바다 건너온 제품을 비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런던 현지에서 하는 한식업은, 파는 가격은 낮은 반면에 음식 만들어 팔기까지 소요되는 비용은 많이 드는 사업구조이다. 게다가 음식을 생산하는 과정 또한 간단하지 않다. 비빔밥만 하더라도 5 종류나 되는 엄청난 양의 야채를 씻고 다듬고 자르고 채 썰고 대치는 세심하고 긴장된 작업을 반나절동안 해야 한다. 고추장 또한 구입한 제품 그대로가 아니라 식당 고유의 맛을 내기위해 별도의 작업을 한다. 김치를 만들기 위해 배추를 소금물에 저리고, 배추 속 양념을 만들고… 하는 정성 어린 장시간의 수고를 잘 알지 않는가? 게다가 비빔밥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불고기(불고기비빔밥), 연어(연어비빔밥)를 정성껏 구워 내는 것은 또 하나의 숭고한 작업이다.
스시 전문집을 가봤지 않은가? 그들의 음식 만드는 프로세스가 얼마나 단순한가? 그런데 우리보다 가격을 3배나 비싸게 받다니… 그래서 현지의 손맛 좋은 쉐프 출신 한식 사업가들은 한식을 그만 두고, 일식업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한식당의 메뉴에 스시를 추가하여 수익성을 증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식당의 정체성이 애매해지는” 뼈아픈 순간이다.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 속, 깊고 정갈한 맛, 수준 높은 한식이 이렇게 폄훼(貶毁)되어, 아무렇지 않게 이종, 잡종들과 함께 섞여 팔리고 있는 현실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한식업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계수적 목표를 분명히 했다. “5년 내에 객단가를 최소한 런던 도심 일식당 수준으로 올려서” 한식의 지불가치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한식의 이미지(Perceived Image)를 격상시키겠다는 목표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고객에게 내놓을 음식의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서 아래 슬로건과 함께 고객에게 약속을 걸고 시작을 했다.
“We offer genuine Korean food in a healthy, sizzling and environmentally friendly way.”
- ‘순전한 한식”을
- 프레쉬하고 ‘건강한’ 식단으로
- ‘지글지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갓 구운’ 한국식 바베큐와 함께
- ‘환경친화적’으로 즐기세요.
순수한 한식만을 제공하기 위해, 쉐프들의 입에서 퓨전의 “ㅍ”도 나오지 않게 했으며, 새벽 4시반 청과도매시장에 가서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받았으며, 고객의 바로 눈앞에서 고기를 지글지글 굽고, 지나가는 행인을 매혹적인 갈비연기로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가장 환경친화적인 용기(100% 자연분해되는 생분해성 용기, 재생펄프로 만든 패키지, 친환경 잉크로 인쇄된 쇼핑백 등)에 담아 고객에게 건넨다.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인기있는 ‘Beef BBQ with Rice’(테이크아웃 버전)가 4.95파운드에서 시작해서 9.50파운드까지 올려 받았다. 이것도 성에 차지 않아 Galbi BBQ with Rice(테이크아웃)를 내놓았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비싼 갈비를 테이크아웃 메뉴로 내놓을 수 있느냐?”며 만류했다. 테이크아웃 메뉴는 항상 저렴해야 하는가? 나는 편협한 편견에 묶이고 싶지 않았다. “비싸게 받으면 되지!” 그래서 10.50 파운드에 출시했고, 3년도 지나지 않아 13.50까지 올려 받았다.
식당 안에 앉아 먹는 고객(Dine-in)은 최소한 손님당 15파운드 이상은 기꺼이 지불하며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주방장과 신메뉴 개발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Korean BBQ와 매치되는 Cross-sell을 위해 영국에서 가장 큰 와인 유통업체인 ‘Laithwaites’의 Sales Director를 우리집 바비큐 파티에 초청해서, 각종 바베큐를 맛보게 한 후에, 엄선된 8종의 와인을 2주 후에 추천받았다. 그 중 베스트 셀러 와인의 경우, 4잔 나오는 병 하나에 6.90파운드 주고 구매해서 잔당 4.95씩 팔아 200% 이문을 남겼으니, 손님 좋고 나도 좋고 기가 막힌 장사였다. 게다가 이 효자 와인으로 말미암아 고객은 바비큐를 더 시킨다. 이것이 cross-sell의 묘미이다. 같은 목적으로 개발한 ‘호떡 위 아이스크림’은 특히 직장 여성들에게 비빔밥 먹은 후 입가심으로 최고의 인기 품목이었다.
Up-sell을 위해서 시도한 메뉴들도 많이 있었으나, 매출에 최고 일등 공신은 ‘BBQ 도시락’으로 16.95로 출시했다. 여기에 맥주 한 병(330ml) 곁들이면 22파운드를 훌쩍 넘는다. 이미 나의 계수적 목표 - 일식의 객단가 15파운드를 뛰어 넘는 것 -를 달성한 환희의 미소가 입술 방긋 넘친다. 런던 도심에서 임대료가 최고로 비싼 프리미엄 상권(바로 옆건물이 골드만삭스 유럽본사였음)에서 시작한 이유도, 수준 높은 한식에 걸맞는 가격을 받으려면 가격민감성이 덜한 고위 연봉소득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 타당했다. 그리고 사회의 Opinion Leader격인 이들의 만족한 입은, 고급 이미지 한식을 소개하고 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사업체의 이름을 왜 씨나(Ceena)로 했는지 이유를 밝히며 글을 맺고자 한다. 씨나는 시편 1:3의 ‘시냇가에 심은 나무’의 줄임말이다. 그래서 로고도 같은 교회를 섬기는 그래픽디자이너 자매가 시냇가와 나무를 형상화하여 개발했다. 당시 마음속 목청이 쉬도록 묵상했던 성경 말씀은 바로 이사야 43:18-19 말씀이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정녕히 내가 광야에 길과 사막에 강을 내리니 (사 43:18-19)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풀타임 사역을 시작하기 위해, 딱 7년 하고 종료한 사업이었지만 광야같이 척박하고 사막같이 메마른 사업 환경에서 강을 내어 전진하게 하시고 길을 내어 다음에 현지에서 한식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신 주님의 인도하심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1) 업셀(up-sell): 먹으려 했던 것 보다 비싼 메뉴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 예를 들어 세트메뉴.
크로스셀(cross-sell): 메인 메뉴에 어울리는 음식을 추가로 시키는 것, 예를 들어 스시에 사케.
(2) 지불가치(Perceived Value):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는 가격대. 심리적 지불가치가 높은 상품일수록 고급재(high-end)라 부른다.
(사진1) 여행방문객을 위한 영국 유명잡지 ‘Timeout’ 2012에 선정된 한식당 Ceena
(영상1) KBS ‘세계는 지금’에 방영된 내용(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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