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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전사, 아빠]
등록일
2026-10-01 14:47
조회수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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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우재와 선재를 생각하며 적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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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런던 7기 아버지학교를 섬기고 있다. 섬기면서 낙제생 아버지의 재보수 교육이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바람직한 아버지의 이미지 중의 하나는 ‘부드러운 전사’의 모습이라고 한다. 적군이 아니면 내가 죽어 나가야 하는 전장에서 힘과 용맹을 다하여 치열하게 전투에 임하는 용사의 이미지에, 치열한 생존경쟁 삶의 현장에서 긴장과 스트레스 가운데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Survival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우리네 아버지들. 고단하고 무거운 삶의 무게에 짓눌려도, 염려하며 위축될 새라 가족 앞에서 한 숨 제대로 못 쉬는 이 땅의 아버지들. 그래도 이런 방식으로 인내하는 것이 아버지의 도리를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우리는 조상 탓하면서 그 때부터 자연스레 물려받은 가부장적 정신적, 관습적 유산이 현대를 사는 아버지의 역할을 잘 못 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일부는 맞지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당시 아버지들은1차산업 종사자가 대부분이었다. 동창이 밝고 노고지리 우지지면, 소 치라고 자녀들을 깨우며 새벽부터 분주하신 아버지들. 손수 아들과 함께 씨 뿌리고 김매고 추수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교훈과 지혜를 몸소 보이신 자녀들의 진정한 멘토이셨다. 삼강오륜, 유교, 공자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살아있는 인생의 교과서 아버지를 존경하고 따를 수 밖에 없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거부하면 밥 굶기 십상이라는 것을 어릴 적부터 보고 체험하고 깨달았다.
그 때의 아버지들은 자녀와 온 종일을 같이 했다. 새소리와 초목과 함께 했다. 풀내음을 같이 들이키며 성실의 본을 보이셨다. 풍성한 수확의 가을이 가면 춥고 어두운 겨울이 온다는 인생의 교훈을 가르치며 함께 하셨다.
인터넷, IT, Bio Tech 등 각종 문명이 하늘을 찌를 듯 그 높이와 위용을 자랑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은 매우 바쁘다. 그래서 고달프다. 아내와 자식이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만 언감생심이다. 아마 자식들이 아비의 마음을 이해해 줄 때는 그들이 아버지가 되었을 때 일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야속하다고 여길 자격은 없다. 과거의 아버지들보다 결코 잘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에 나가고 밤 늦게 돌아오는 나의 모습을 본다. 우리가 나가는 일터는 그야말로 가족과 단절이다. 일과 중에는 가족과 통화도 쉽지 않다. 주말이 되어야 서로 얼굴 볼 기회가 주어지는 데, 미뤄 두었던 갖가지 일들, 만남들, 취미활동 등으로 그 마저도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진정한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라 하는데… 나는 나에게 군림하는 가부장적 아버지상을 물려주신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그 위 할아버지께 탓 할 자격이 절대 못 된다. 가족과 함께 하셨던 그들보다도 못하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데는 동물적 본능이 있어 용을 쓰며 힘겹게 살아 가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부드럽고 자상한 아빠의 모습엔 익숙하지 않다.
‘부드러운’ 전사의 모습을 상기해본다. 삶의 무게에 지쳐, 도와달라는 아내의 요청을 미루었던 남편.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지나간 많은 시간들. 바깥에서의 긴장을 그대로 안고 들어와 아이들마저 숨 죽이게 만든 삐뚤어진 아버지의 위엄. 너도 내 나이 되면 내 마음을 이해할거다 하면서 이기적인 해석으로 자위했던 나. 인생을 16년, 9년 밖에 안 살아본 그들이 얼마나 이해한다고…
나중에 더 험악한 전쟁터에서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 우리 아들들을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본이 되는 삶을 살자.
주님께서 그들의 입을 통하여 말씀하신다고 믿고 경청하자.
내가 먼저 말하기 전에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자.
우재와 선재의 입장에서 나를 보자.
말은 천천히 낮은 톤으로 하자.
급하고 빠른 말을 자제하자.
좀 더 부드러워 지자.
그들과 함께 하자.
052611
*image: 8년전 축구장에서 아들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