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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칼럼
도로의 풀처럼 평범한 삶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다
등록일
2023-10-01 09:48
조회수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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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난의 연속인 발레리나의 경력에 찾아오는 절대 위기는 자기보다 잘 하는 사람, 라이벌을 만났을 때 엄습해 오는 좌절감에 있다. 그리고 이어서 슬럼프라는 불청객이 찾아온다. 겨우 이 슬럼프를 벗어나면 이전 보다 더 수준 높은 라이벌을 만나게 된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극심한 좌절감에 빠진다. 더 이상 출구가 없는 막다른 길목에 다다른 낭패감 - 자신이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역량 임계치의 끝을 확연하게 체험한다. 이쯤 되면 포기하는 것이 당연한 시점에, 그래도 발레리나 커리어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발레를 좋아하는 마음’이다. 기분이 우울하고, 만사가 귀찮고, 실의에 빠져도, 발레슈즈(ballet shoes)만 신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것 말이다. 맞딱트린 문제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지만, 해결책은 매우 단순하다.
인생 또한 기분 좋게 그것을 즐기는 길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작은 면적에 너무 많은 것을 부착하려 하고, 적재하려고 하고, 이루려 하니, 내게 주어진 현재의 삶을 만끽하지 못한다. 항상 불만족의 상태에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다른 것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사로 잡혀 있다.
무언가를 할 때 그것만 하는 것이 인생을 즐기는 길이다. 물 마실 때는 물만 마셔야 되는 지혜를 최근에 깨달았다. 물맛을 음미하면서, 물이 마른 목젖을 적시는 감촉을 느끼면서, 목에 넘어가는 소리를 감상하면서… 하지만 우리는 유튜브를 보고, 전화 통화하면서, 물 마시며 식사까지 해치운다. 거기에다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거기에 몰입하느라, 이미 벌어진 과거의 일에 본드처럼 접착되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현재 나에게 주어진 – 좋은 것으로만 채워도 아까운 - 귀중한 시간을 불평, 원망, 한숨, 자조, 후회, 여러 불순한 것으로 꽉 채운다.
아스팔트에 갈라진 세미한 틈을 비집고 나오는 도로의 풀을 보았는가? 그 풀은 온통 하나에만 집착한다. ‘햇빛’. 그에게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오로지 ‘햇빛’을 지향하는데 집중하여 사용한다. 결국 연하고 순하기 그지 없는 연두색 새순은 새까맣고 단단한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고 만다. 그에게는 이것 하면서 저것도 하는 산만함이 없다. 이것 하면서 저것 못해서 아쉬운 불만족이 없다. 그러다 힘들면 쉰다. 모두가 위축되고 아스팔트도 추위로 수축되어 더욱 단단해지는 엄동설한의 계절이 오면 그도 쉰다.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지 않아야 좋은 사람이란 얘기를 듣는다. 특히 오늘날 가장이라는 무게는 무겁다. 힘들어도 힘든 티, 아파도 아픈 티를 쉽게 내지 못한다.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고, 오히려 그런 마음이 들어오면 ‘직무유기’와 같은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이 의젓하고 잘 사는 삶이라고 해석하며, 안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해서 나오는 탄식을 이를 악물면서까지 틀어 막는다. 인생을 걷다가 다리가 피곤해지면, 체면, 스타일, 책임감 내려놓고 쉬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길가에 풀처럼 그렇게 살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로저 페더러처럼 일류 테니스 선수는 볼을 참으로 쉽게 친다. 어깨에 힘들어가는 걸 본 적이 없다.
국민가수의 반열에 오른 이선희, 임영웅과 같은 가수는 참 쉽게 노래한다. 오만상 안 찡그려도 좋은 발성이 쉽게 나온다.
이들은 뭐 별 다르고 특별한 선수, 가수가 아닌 것처럼 하는데, 그것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그렇게 유난히 특별해야 될 필요는 없다.
오늘 주어진 삶
그렇게 힘 주지 않고 그냥 툴툴 살면 된다.
오늘 주어진 present
그것이 그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뻐하며 만끽하며 살아가는 길이다.
도로 위의 풀처럼 일상의 평범한 삶이 결국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다.
바쁘고 분주하고 각박해져만 가는 현실의 삶에서 천국을 누리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극복하고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찬미하게 된다.
0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