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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칼럼
새벽은 나를 겸손케 한다
등록일
2023-10-01 10:38
조회수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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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여명은 그렇게 세상을 찾아 든다.
살포시…
겸손하게…
드러나지 않게…
한낮의 폭염처럼 사납지 않아도
한여름 장대비처럼 목청 높이지 않아도
엄동설한 북풍처럼 날카롭지 않아도
봄날의 햇살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그에겐 힘이 있다.
요지부동 견고한 시멘트 콩크리트처럼,
밤새도록 떡하니 왕처럼 버티고 있던
칠흑 같은 어둠을 내몬다.
소리도 없이, 젠틀하게…
새벽 앞에 나는 겸손해진다.
여전히 졸리고 곤하고 다시 누웠던 자리고 돌아가고픈
내 육신의 연약함을 실감한다.
어젯밤까진 잘 버텼는데, 새벽을 맞이 하니
오늘 살아갈 세상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쿠바산 코히바 시가가 뿜어대는 매운 연기보다 칠십배는 더 진한
인생 수십년간 꾹꾹 눌러온 탄식과 한숨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날숨은 나를 겸손으로 내몬다.
내 생각대로 안 되는 일이 왜 이리도 많은지.
내 힘으로는 턱도 없는 산더미 같은 일과 사건들 앞에
나는 땅꼬마다.
내 힘으로 안 된다.
내 능으로 되질 않는다.
절대자를 의지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황혼의 지는 해는 나에게 안식을 주지만
새벽의 떠오르는 찬란한 햇살은
고개를 숙이게 한다.
082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