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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경제… 그리고 돈
등록일
2024-11-08 20:05
조회수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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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결과에 불복하며 다섯명의 사망자와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미 국회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그에게 ‘정의’는 공허한 말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서 주어왔는지 허무맹랑한 가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문제는 돈낭비라며 치부한다. 수많은 여성들과 성추문을 일으키며 돈과 위력으로 입막음하려 했던 그에게 윤리/도덕은 먼 행성에나 존재하는 개념이다. 점잖은 방송인으로 알려진 Fox News의 앵커인 Tucker Carlson마저도 그에게 전염됐는지, 트럼프 유세현장에서 여성혐오 및 Harris를 향한 조롱적 발언이 놀라울 정도로 과격하고 혐오스럽다.
“아빠(트럼프)가 집에 오신다!
아빠, 화가 많이 나셨어!
이년(해리스)이 말을 안들어!
나쁜 년은 세차게 엉덩이를 맞을거야!
너는 맞아도 싸!
Daddy is coming home!”
더 견디기 힘든 것은, 틈만 나면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면서 종교적 정체성을 강조한다. 불륜, 거짓, 인신모욕을 서슴지 않으며 비도덕적이라는 사람임을 만천하가 알고 있는데, 그의 입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들먹여지는 것에 너무나 괴롭다. 바로 그 하나님의 이름이 경배의 대상이고, 축복과 능력의 근원이다. 소년 다윗이 이스라엘을 모욕하는 용사 골리앗 앞에 담대히 나선 것도, 칼과 창과 갑옷이 아니라 하나님으로 이름으로 나간 것이다.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가노라(삼상17:45).” 피조물 인간 크리스찬이 욕먹기 이전에, 바로 하나님의 이름이 더럽혀진다. 다윗의 당당함 뒤에는 하나님의 이름을 모욕한 블레셋용사 골리앗에 대한 거룩한 분노가 있었다.
나는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첫째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치계에 입문하기전 사업가로 큰 성공을 거둔 그는 자신이 확보한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상대방을 압력, 협박, 위계(位階)로 자신의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천하고 격이 떨어지는 장사꾼으로 널리 알려져왔다. 그런 장사술이 이번 대선에서도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월 28일자 The Washington Post는 “대선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미 대기업총수 및 기업인들이 속속 트럼프 지지로 선회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트럼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그의 보복이 두려워서”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의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미 해리스 지지를 천명한, Amazon 창업자 베조스 소유의 The Washington Post는 해리스 지지를 취소했다. The Los Angeles Times 또한 해리스 지지에 대한 기사를 더 이상 싣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트럼프와 설전으로 유명했던 Meta의 마크 주커버그도 중립적 입장을 견고히 지키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주커버그가 이번 선거에서 일말이라도 죄가 있으면,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도록 하겠다” 으름장을 놓았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마저도 08, 12년 대선에서 줄곧 민주당 후보 오바마와 힐러리를 지지하다가, 이번 대선에서만은 침묵하고 있다(https://www.washingtonpost.com/business/2024/10/28/trump-bezos-billionaires-zuckerberg/).
이들에게 연방정부와 계약을 통한 비즈니스 창출 기회는 막대하며,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 사법/행정적 압력은 실로 무서운 징벌이다. 천박한 장사꾼 정치인의 협박으로 기업인 엘리트들의 입에 족쇄를 채운 원동력에는 ‘경제’, 즉 ‘돈’의 문제가 걸려 있다. 다들 알다시피 재계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는 머스크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을 위해 이미 1억3천만 달러를 썼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10월 19일부터 선거일 11월 5일까지, 트럼프의 정책 지지자중 매일 1명을 뽑아 100만 달러씩 지원하는 괴이한 정책 프로모션을 벌였다. 두 협상꾼 사이에 모종의 딜이 있었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Tesla와 SpaceX(우주항공산업)를 보유한 그에게, 지구궤도에 쏘아올릴 수 있는 인공위성의 개수에 대해 정부로부터 받는 인가와 자율주행자동차의 고속도로 주행 허가 등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더욱이 트럼프는 그를, 정부의 예산을 집행/관리/감사하는 신설 정부효율청(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책임자로 앉힐 것을 공약했다. WSJ는 기업인인 그를 이러한 포스트에 앉히는 것이 ‘공직자 이해 충돌’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https://www.wsj.com/politics/elections/elon-musk-wins-big-with-trump-bet-3c61ad90).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민은 트럼프를 선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가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어떠한 행정을 펼쳐가더라도 국민 다수가 선택한 사람이기에 – 그의 특기인 억지주장, 거짓말, 날조, 비난, 위협등으로 - 왠만한 것은 그냥 넘어갈 것이 앞으로 예견될 일들이다.
민주당 해리스가 진 두번째 이유도 ‘경제’와 직관된다.
어제 WSJ에 의하면, 미유권자의 무려 40%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를 꼽았다. 이 사람들 중에서 60%가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한다. 이들은 경제성장율 이런 것보다, 당장 오늘 사먹을 식료품값, 렌트비에 더 민감하다. 미장원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The economy is everything!”이라며 “애 키우고, 먹고, 일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이 너무 힘들어졌다”며 한숨을 내쉰다(https://www.wsj.com/economy/economy-election-trump-voters-c4c2e9a3). 해리스와 현임 바이든의 오판은, 경제성장율, 실업률 등 거시경제지표는 나아졌다고 이를 강조했지만, 고물가로 허덕이는 서민들이 체감하는 아픔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분명한 경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큰 패착이 있었다. ‘그래도 기업을 일궈본 트럼프는 낫겠지!’라는 기대가 이들의 표심을 자극한 것이다. 버니 샌더스도 선거결과가 나온 후에, “민주당이 노동자를 버렸으므로, 노동자들도 민주당을 버렸다”고 표현했다. 이번 선거의 패인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노동자계층(특히 흑인과 히스패닉)의 이반(離反)에 있었다.
“The economy is everything!”이 이 글의 주제이니, 러시아로 화제를 돌려보자.
푸틴이, 러시아산 에너지가 서방으로 가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자원부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경제’적 계산에서 나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러시아 경제/정치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원/석유 재벌 엘리트(Oligarchy)들의 압력에 푸틴은 오랜 기간동안 시달렸으며, 유가하락/경기침체/서방국제재 등으로 폭발 직전의 이들의 불평을 잠재우는데 침공은 유효적절하게 작용했다. 푸틴의 이 위험한 결정 뒤에도 ‘돈’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다.
푸틴은 머스크와 친하다. WSJ기사에 의하면 22년말부터 지금까지 머스크는 푸틴과 수차례 만남을 해왔다고 하는데(https://www.wsj.com/world/russia/musk-putin-secret-conversations-37e1c187)… 두 야욕꾼들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을까? 뭘 주고 받기를 흥정했을까? 재작년 머스크는,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는 원래 러시아땅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당지역의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의 철군 여부를 가리자고 X(옛 트위터)에서 제안했었다. 이 제안에 크레믈린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https://www.themoscowtimes.com/2022/10/04/kremlin-hails-musks-attempt-at-ukraine-peace-deal-a78973).
푸틴은 트럼프와도 친밀하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크레믈린이 해킹 및 SNS를 통한 가짜 뉴스 살포 등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은 유력 언론을 통해 보도된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해킹에 의해 입수된 힐러리 후보측의 이메일이 WikiLeaks에 공개되어, 선거직전 힐러리에 치명상을 주었다. 또한 트럼프의 아들과 사위가 러시아 고위인사들과 수차례 트럼프 타워에서 만났다는 것이, 당시 사건조사를 담당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 의해 확인되었다(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18/jul/27/donald-trump-russia-meeting-michael-cohen). 트럼프는 정치적 지도자이기 이전에 사업가이다. 그가 내세우는 대부분 큰 공약은 대다수 국민들이 아파해하고 민감해하는 ‘돈’에 관련된 것들이다. 경제제재, 관세보복, 방위비삭감, 돈 안되는 환경조약 개무시… 이 피부에 쏙 와닿는 손에 만져지는 가치에 대해 여론을 현혹하며, 민주, 정의, 인권, 평등, 환경, 우방과의 상호호혜와 같은 건국이래 면면히 이어내려온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국가적 이념을 희생하고 있다. 그와 그의 측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뿐이다”라고 자신있게 천명해왔다. 푸틴과 무슨 딜이 있었기에 이리도 자신 있었을까? 트럼프가 제안하는 평화적 딜은, 지금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종식하고, 지금까지 러시아가 점령한 땅을 현상태로 인정하는 것이다. 천부적인 협상꾼인 그는 그 대가로 무얼 받기로 했을까?
미국 대선을 얼마 안남기고 터진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은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우방국들을 불안과 걱정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향후 이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민을 ‘전쟁 확산’ 염려 속으로 내몬 이 소식으로 득을 본 사람은 누굴까?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공언한 트럼프가 최대의 수익권자임에 분명하다. 그는 유세기간 내내 “환경문제보다 핵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강조하며, 전쟁위기를 틈날 때마다 불러일으켰다. 그것도 50:50 초박빙의 대결로 치닫고 있던 선거일 20일 전에 터진 ‘북한 파병’ 소식은 과연 우연의 일치였을까? 마치 2016 대선 직전, 힐러리측 이메일의 유출로 트럼프가 결정적 승기를 잡은 것처럼 말이다. 북한 또한 경제난/식량난으로 오랜 세월 힘들어 하고 있다. 여기에 서방측 제재등으로 빈곤의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번 참전한 병사들은 월급으로 일인당 2천달러를 받기로 했고(https://www.yna.co.kr/view/AKR20241025071600546), 참전병력이 1만명이면 매월 2천만달러이니, 부족한 국부를 채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사설은 의미심장한 결론을 맺는다. “이 같은 북-러의 파병 속도전은 11·5 미국 대선 이후 안보 지형의 변화를 노린 도박, 즉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다걸기(올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사람과의 ‘브로맨스’를 자랑하는 트럼프는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해 왔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027/130304081/2)
“The economy is everything!”
세계의 정치판을 움직이는 거대한 원동력에 돈이 있는 것처럼, 날이 갈수록 우리의 인생관,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에도 이것이 지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 서방선진국에서도 비혼과 출산율 저하 추세는 뚜렸한 추세이고 범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돈 때문에 자기 혼자 살기도 버거운데, 무슨 결혼을 하며 언제 집을 장만하며 애까지 낳고 키우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오늘날 우리나라만의 골치거리는 아니다. 가정, 육아, 부모와 자식간의 정, 가족애… 이런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은 시리고 아픈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잘 와닿지 않는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인류역사상 가장 세속화된 사회에서 태어나 인본주의적 가치와 합리적 사고의 틀 위에서 자라났다. 지금이야말로 세속화와 물질주의로 가득찬 사회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기독교 고유의 신앙적 전통과 윤리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세속화된 사회를 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체득해야 할 때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교회가 사회를 변화시키기 보다, 사회의 세속화트랜드에 교회가 변질되어가고 있다(한국교회트렌드 2025, p287).”
“돈이면 다 된다.” 사람들이 ‘돈을 사랑’하는 세속화 현상은 엄연한 현실이자 교회의 위기이며, 또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신앙인과 크리스천공동체가 부대끼며 살아내야 할 필연적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리니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긍하며(딤후3:1)
트럼프가 집권하면,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것라고… 오히려 반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좋은 일이다. 아주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희생이 너무 크다. 썩는 양식 즉 눈에 보이는 물질적 가치에 현혹되어, 영생의 양식 즉 예수의 가르침 – 사랑, 화평, 긍휼, 관용, 경건, 인내, 정직 - 을 희생하면서까지(요 6:27) 이러한 위험을 잠시나마 회피하는 것이 바른 길인지는 모르겠다. 우리의 기도는, 어떤 세상 권세자나 통치자들에 의해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을 좀더 얻고 어떤 위험은 잠시 피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공의가 바로 세워지고 그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엡 6:12)
임박해오는 말세의 때는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전쟁이 발발하든 아니든, 이 위험에 직면하여 우리가 믿음으로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중요하다. 하나님의 가르침에, 그분의 뜻에 대적하는 자의 길에 서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 7:13-14)
차가운 이성과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현대를, 성경적 크리스천의 가치관/세계관/인생관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욱 더 힘들어지고 있다. 고리타분한 관념적인 성경적 가르침이 “밥을 먹여주냐?” “돈이 나오냐?”며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적인 가치, 세속주의, 물질주의를 벗어난 영적인 가치를 드러내고 실천할 때에만이 교회는 교회다워지며, 세상으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다. 모욕과 침뱉음과 핍박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세상사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아도, 삶에서 우선순위가 확고하게 세워져야 한다.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개신교의 신앙적 전통 아래에서 우리가 처한 사회적 맥락을 돌아보고 사회적 사명과 요구를 감당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요일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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