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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칼럼
고난의 때에 생각하라
등록일
2024-07-07 00:45
조회수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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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전 7:14).
그런데, 이 은혜 받을 만한 때에… 위로 받을 때가 아닌데도, 죄를 깨닫고 뉘우칠 상황인데도, 문제가 해결되기전에 미쳐 깨닫지 못한 중대한 것이 엄연히 있는데도… 우리는 성급하게 위로 받고자 한다. 고난의 형극에서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성급한 기도를 한다. 위로해달라고 한다. 벗어나게 해달라고 한다. 복 달라고 한다. 뉘우쳐도 진솔하지가 않다. 자신의 연약함에 대해 종교적인 형식만 갖춘 채 대충 회개한다. 기도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한, 그분을 위한, 그분에게 드리는 향연이다. 그분께서 흠향하시는 향기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이기를 위해 자신이 맡으려고 내뿜는 기도의 향은 하나님과 상관이 없다.
네가 여호와를 위하여 만들 향은 거룩한 것이니 너희를 위하여는 그 방법대로 만들지 말라. 냄새를 맡으려고 이같은 것을 만드는 모든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라(출 30:37-38).
이렇게 응답받지 못하는 기도를 하고, 기도해도 변함없는 상황 속에서 ‘기도해도 소용없네!’ 하면서 기도의 능력을 폄하하고 치부한다.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약 4:3).
격정적으로 몰아닥치는 고난의 파도앞에 도저히 견딜 수 없거든, 그래서 생각할 겨를도 뒤돌아 볼 여유도 없거든… 이 영적 위경의 상황에서 부르짖을 바는 제발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절규하는 간구이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 4:6-7).
고통의 어두컴컴한 터널에서 염려와 걱정과 두려움이 내게 엄습할 때에,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바로 건져내어 주신다고 하시지 않았다. 기도와 간구로 구하면, 하나님의 평강이 나의 생각과 마음을 지켜주신다고 약속하셨다. 주님께서는, 내 앞의 문제를 뚝딱 해결하셔서 위경에서 즉각적으로 구출해주시기 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주셔서 고난의 상황에서 믿음으로 벗어나길 원하신다. 마치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현명한 아버지처럼. 그래서 그를 사랑하는 나의 믿음을 보시기를 원하신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 13:7).
부정적으로 일어난 상황 앞에서 이에 대한 반응이 그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 우리는 눈앞에 벌어진 사건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태도 때문에 오히려 더 동요한다. 낙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에 대한 반응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따라, 더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1)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참혹한 인생의 무게 앞에서 마음과 생각을 지켜 자신의 영혼을 간수하는 것이 삶의 참 의미이다. 밭의 감추인 보화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귀중한 생명의 근원을 지키려면, 무엇보다도 주님께서 이미 이루어 놓으신 것을 믿어야 한다. 밀까부르듯이 우리를 항상 믿음에서 떨어지게 하려는 마귀의 일을 멸하신 그분의 성취를 믿어야 한다.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신 것은 마귀의 일을 멸하려 하심이라(요일 3:8)
바로 코끝에 밀어닥친 사망의 위경 앞에서, 다윗은 항상 주를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지켰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편 23:4).
고난에서 벗어난 결과보다, 고난 중에 인내하는 과정이 주님께 영광이다. 견디어 내는 것이 인생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의 사역이다. 버티어 내는 것이 주님께서 부르신 자의 일이다. 주님께서는 ‘문제 해결’보다 문제 앞에서 선 나의 ‘믿음의 태도’를 보신다. 고난의 격랑 속에서 견디어 내는 모습을 보시고, “네 믿음이 크도다!” 찬사를 아끼지 않으신다. 고난 중에 갈 바를 몰라 어찌 할 줄 모르는 나를 보고 좋아라 손뼉치는 원수의 눈 앞에, 패배당한 적군 앞에서 연회를 만끽하는 승자처럼 상을 베풀어 주시고 나를 위로하시고 격려하시고 지켜주시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는 것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시 23:5).
괴로울 때 그 사람이 생각나고…
슬플 때에 저 사람이 아쉬울 때…
문제의 심각성은 더 깊어진다. 그 사람에게 더욱 섭섭하고, 저 사람의 도움이 절실한데 그것이 여의지 않는 현실에서 좌절의 탄식만이 뿌옇게 깊어만 간다. 나를 짓누르는 괴로움의 무게는 더욱 나를 힘들게 한다.
괴로울 때 주님의 얼굴 보라
슬플 때에 주님의 얼굴 보라
힘이 없고 네 마음 연약할 때
능력의 주님 바라보아라(찬양 가사).
070624
(1) Robert Waldinger and Marc Schulz, The Good Life: Lessons from the World’s Longest Scientific Study of Happiness(London: The Marsh Ltd., 2023), pp 248-249
(2) Image from https://gospelcenteredfamily.com/.../a-guide-walking-l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