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MON / COLUMN
설교/컬럼
목사 칼럼
[초보야, 고독 겪어나 봤나?]
등록일
2026-03-30 14:05
조회수
84
![]()
70쯤 되는 형님, 누님들은 고독을 버텨본 경험이 있으나…
우리 새내기 60대 초보는 깊고 희뿌연 고독의 안개 속 겪어나 봤어야지. 앞이 안보여.
평생 열심히 일하고 애들 키우고 바쁘게 지내다가, 문득 맞게 된 고독.
불청객 이 놈한테 한 번 걸리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안 떨어진다.
그러니 도리없지.
이른 아침부터 저녁, 심야에까지 징하고 징할 정도로 안떨어지는 모난 친구처럼
살살 달래며 서로 맞춰가며 살아야지. 다들 떠나고 나 혼자 남은 외로운 황혼기에
곁에 있어주는 벗이라 생각하고 고맙다고 해야할지?
여기 실버타운에 와보니까…
말 없고 행동은 느리지만 70대 이상 시니어분들은 이미 이것을 터득하신 것 같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본질을 깨달은 어르신처럼 삶에 고요함이 느껴져.
아직 고독을 벗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60대 분들은, 관조의 닻을 내리지 못한 채
임박한 소나기를 맞이 할 새들처럼 액티브하지만 평온함은 안느껴져.
'수선화' 하면 떠오르는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의 아름다운 시가 있어.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v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워즈워스는 영국의 Lake District 호수길을 고독하게 걷고 있었지.
자신을 언덕 위 떠다니는 '구름'에 비유하며 터벅터벅 외로운 시인의 길이였지.
그러다 갑자기 호숫가 나무 아래서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빛 수선화'를 발견하지.
그리고 그의 ‘외로움’은 곧 '기쁨'으로, 그 ‘기쁨’은 아름다운 시로 승화되지.
고운 바람결 속, 꽃잎을 파들거리며 춤추는 황금빛 수선화처럼
오늘처럼 찬란한 봄날의 기지개가 경쾌한 역동과 생명력이 되길 바래~
시인의 고독이 위대한 시를 잉태했듯이
고독은 우리에게
집중할 것에 집중케하고
몰입할 것에 몰입케하는
심술궃지만
사귀어보면 쓸모도 있는
괜찮은 친구인 것 같아.
Pleasant days in the Lord!
032926
(노년 초입에 대면한 ‘고독’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친구에게 건넨 글)
*사진: Lake District의 Grasmere에 있는 워즈워스 집, ‘Dove Cottage’를 방문했을 때. 시인의 고독이 처절히 느껴질 정도로 안은 좁고 황량하고 볼품없었다. 누이 Dorothy Wordsworth가 시커먼 장작연기 내뿜으며 오빠의 끼니를 챙겼을 화덕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쌀쌀하게 앉아있다. 벌써 20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