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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등록일
2024-08-17 21:39
조회수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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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을 들어서면 교정 화단에 잘 가꾼 수풀과 나무들이 반긴다. 계절마다 자태를 바꿔가며, 화려한 용모로, 녹음으로, 때론 단풍으로...
구석에서 인사할까 말까 수줍은 듯, 단아하고 수수하게 피어있는 무궁화. 상대적으로 볼품이 없었다. 우리나라 국화라기에, 예의상 잠깐의 시선만 두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녀를 스쳐지날 때마다, 조국의 國花인 무궁화에 대한 선생님의 솔직담백한 표현이 뇌리를 스쳤다.
"무궁화, 너무 보잘 것 없지 않니? 작고 꽃잎도 빈약하고, 꽃답게 화려한 맛도 없고, 벌레도 잘 꼬이고..."
내가 목격한 바와 틀림이 없는 진술이었다. 솔직히 말해 내 60평생동안 우리 국화에 대해 별 감동도 자부심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 나의 고정관념이 뿌리채 뽑힌 사건이 지난 주에 발생했다. 일본 후지산 중턱 어느 길가에서 마주친 무궁화(아래 사진 참조). 단아했지만 백치미의 아름다움이 있었고, 탐스럽고 매력적이었다.
이런 무궁화를 난생 처음, 그것도 고국이 아니고 과거 침략국의 땅에서 본 것이 섭섭했다.
20대 청춘때 유학와서 근 35년간 줄곳 일본서 살아온 내 친구가 한 마디 거든다. 동경에서는 화단에 무궁화 심고 가꾸는 집이 많다고... 그리고 참 이쁘다고...
부끄러운 자괴감이 몰려들어왔다. 관심만 있었다면 그 잘난 과학과 기술력으로, 종자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며 이쁘고 튼실하고 매혹적인 우리나라 꽃이 나오고도 남았을텐데...
후지산 어느 마을에서 어쩌다 마주친 무궁화보다 칠백배 더 아름다운 그녀를 만났을텐데 말이다.
"일본, 울릉도 오징어까지 연구
한국, 독도는 우리땅 노래만"
오늘 조간 중앙일보 1면 기사 헤드라인이다.
- 24년 8월 15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