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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칼럼
"그대, 말한 대로 살고 있나?"
등록일
2025-12-06 22:37
조회수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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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다? 여섯시간이나 남았는데...'
꽤나 많이 걸었다.
그 옛날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잠실의 아파트단지.
젊은 날 열정적으로 땀을 뿌리며 테니스 쳤던 코트.
가죽세무 카페트처럼 습기 먹은 낙엽들이 잔뜩 쌓인 길.
숨가쁘게 달렸던 그때의 스트레스와 푸념과 파란 꿈을 다 받아줬던 푸근한 모습 그대로다.
그러다가 이윽고 잠실역에 이르렀고.
롯데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무려 1시간 반이나 남았다.
그러나 무료하진 않았다. 많이 들려주시고 생각하게 해주신 분과 줄곧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분께서 주신 말씀 적지 않을 수가 없다.
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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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말한 대로 살고 있나?]
글을 쓰는 시간은 즐겁다.
특히 주신 말씀을 기록하는
시간은 늘 기쁘다.
맞춤법이 맞았는지 살펴보고
콜론보다 세미콜론이 적합한지
글 쓴 맥락에 더 적확한 표현을
궁리하는 시간은 충분히 즐길만하다.
그렇게 해서 말쑥하게 단장된 글 한 편이 나온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어디 한 곳 체증되지 않고,
부사는 제 위치에서 제 할 일 하고 있는 지
형용사는 과하지 않은 지
점검하는 시간은 넉넉히 누릴만하다.
“그대! 적은 대로 살고 있나?”
글 쓰는 이의 짧지 않은 삶에는 수많은 시작과 끝이 있었다. 그 사이 사이에 그에 못지 않은 만큼 수많은 중단들이 있었고. 예기치 않은 사건과 힘 쑥 빠지게 하는 훼방으로 포기가 잇달아 속출하던 적도 적지 않았다. 이것들과 함께 동반하는 낙심과 좌절과 후회에 눌린 적도 많았다. 푸념, 불평, 분노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는 자기 안의 확신과 주변의 동조에 힘입어, 그 위에 핑계와 미움과 정죄를 배설해도 떳떳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Devil is in the detail.
삶의 사소한 조각 하나 하나 디테일에 경각하지 않고, 일거수 일투족 정신차려 깨어있지 않으면, 굶주려 우는 사자 세상임금 마귀 앞의 먹이다(벧전 5:8). 디테일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실에서 유체이탈하여, 기록한 글과 들은 말씀과 읽은 말씀에 동감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삶은 위태롭다.
거대한 담론과 위대한 사상과 숭고한 비전이 이슈가 아니다.
먹고 호흡하고 말하고 반응하고 받고 베푸는 일상의 사소한 디테일에 생명의 경각이 달려있다.
하나님은 디테일에 있다.
God is in the detail(1).
“그대, 말한 대로 살고 있나?”
(1) Mies van der Rohe(1886-1969), German Archi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