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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에서 주신 생각
등록일
2023-08-22 15:50
조회수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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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에서 주신 생각]
언제 다시 갈 기회가 있을 지 몰라, 누님 두 분이 사시는 미국 서부에, 특히 얼마 전에 남편을 잃으신 둘째 누님 위로 차, 최근 두 아들과 함께 다녀 왔다. 이번 미국 여행 중 두 가지를 느끼고 나 혼자 깊게 생각해본 것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에 관한 생각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일주일간 극심한 감기 몸살, 두통으로 고생을 했다. 어느 날 밤, 하도 몸이 쑤시고 으슬으슬 춥고 잠이 안 와서 인근 심야 약국에 가서 시럽으로 된 강력한 타이레놀 감기약과 물 한 병을 샀는데 무려 51불. 여행 오기 전, 아내가 영국 물가가 많이 올라서 장보기가 무섭다고, 전기값 많이 올랐다고, 추워도 가능한 전기난로 켜지 말라고 했는데…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전세계가 인플레로 신음하고 있다. 이렇게 각 정부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틀어 막으면, 그 다음에 올 불청객은 경기 침체다. 자금이 막힌 기업의 생산과 마케팅 등 제반 경영활동은 위축되고 직원들을 과거처럼 고용할 수 없게 된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의 임금 수준은 그대로 인데 물가는 살인적으로 높아서, 실제 구매력이 줄어드니 식당, 상점 등 로칼 비즈니스도 위축된다. 앞으로 다가올 검은 그림자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불황 이라는 아주 큰 위기의 파도이다. 아마도 올 2023년은 영국, 한국 할 것 없이 수 많은 세계 시민들에게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일관되게 경고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가능한 빚지지 말고 현금을 확보하라고 한다.
한편 영적으로도 단단히 긴장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가족, 이웃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믿음은 위기, 고난의 시기에 드러난다. 잘 나가고 형통할 때는 “하나님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곤경의 때에는 한숨과 함께 불평과 불만의 소리가 자주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볼멘 소리는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주님과의 관계를 그르치게 한다.
앞으로 다가올 지 모를, 아니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수 차례 닥칠 위기와 위경의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염두에 두고 고난의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지? 무엇보다도 고난을 우리 각자에게 허락하신 하나님 입장이 되어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고난에서 단지 벗어나기를 바라시기 보다, 고난을 견디고 이겨내는 영적 근성이 단련 되기를 원하신다. 그래서 로마서 5:3-4에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고 있다. 여기에서 연단이라는 표현에 주목하길 바란다.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롬 5:3-4)
쇠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대장간에서 어떻게 하나? 그 쇠를 풀무 불 속에서 새빨갛게 달군 다음, 망치로 온 힘을 다해 두드리고 두드리지 않는가? 이렇게 수십 번 반복되는 망치질을 통해, 쇠는 연단 받아서 견고하고 단단해진다. 우리의 영적 근성도 이러한 망치질과 같은 고난과 환란을 통해 연단 받고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난의 기간이 너무 길고 아파서, 기다릴 여유가 우리에겐 사실 없다. 되도록 빨리 거기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한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믿음의 구호가 위로는 될 수 있지만, 영적 생활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고난의 무게가 짓누르는 힘이 가속화될수록,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희미해지며 ‘손 놓고 계시는’ 하나님께 불평하는 마음이 잡초처럼 자라난다. 그 반대로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임을 자각하는 것이 오히려 힘이 될 수 있다. 그를 사랑하는 자는 그가 원하시는 바를 잘 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 행하려 한다. 그래서 그를 사랑하는 자는…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전 13:7)
내가 미국 여행 중 또 하나 느낀 것은, 요새미티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들들과 숙소에서 라면, 우동 등 스넥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family entertainment 룸이라는 데에 가서 모노폴리 게임을 했다. 어느덧 밤이 깊어져서 숙소로 이동하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굵은 빗줄기가 억수로 내린다. 숙소까지는 약 7-80미터. 각자도생(各自圖生) - 각 자 힘 되는 대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아이들과 나의 간격이 점점 멀어져만 가고, 나는 숨이 차오르다 못해 숨이 막혀 더 뛸 수가 없다. 소나기 속에서 걸음을 멈출 수도 속도를 늦출 수도 없고… 겨우 비를 피할 위치에 도착하니, 가슴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후들후들. 큰 대자로 그 자리에 눕고 싶을 지경이었다. 평소에 테니스, 조깅 한다면서 체력을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체질이 이렇게 저질인 줄은 몰랐다.
영성이 저질인 경우도 있다. 영성이 저질이면 어떻게 될까? 영적 체질이 저질이면 불평, 불만을 입에 달고 산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하나님을 찾지 않고 사람을 찾는다. 앞날이 불확실한데도 하나님께 묻지 않고 사람들에게 생각을 구한다. 답답한 마음, 억울한 일, 누구로 인하여 힘든 일이 생기면 하나님께 하소연하기 보다 이 사람, 저 사람 찾아 다니며 사람들과 끼리끼리 뒷담화한다. 사랑이 없다. 내 체면, 내 이익, 내 입장 먼저 생각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누구의 입을 통해 인정받고자 한다. 그리고 이웃에게 영향력을 미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주님이면 족하지 않는가? 주님께서 인정해주시면 충분하지 않는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마 5:3-4)
이 구절을, 내 마음이 가난하고, 내 마음이 애통하면 복이 있는 자라고 해석할 수 있다. 틀리지 않은 해석이다. 하지만 그 앞에 두 단어를 넣어서 해석하면 영적으로 은혜가 더욱 깊어진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심령이 가난한 자는…
(하나님의 애통함으로) 애통하는 자는…
다시 말해서 내 입장에서 보다 하나님의 입장에서 말씀을 읽고 생각하는 자의 영적 깨달음이 더 깊다. 그가 더욱 복 있는 자이며, 영적 체질이 강한 자이다. 그리고 건강한 자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고, Physical Test를 통하여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영혼이 강건한 자는 자신의 영적 건강을 항상 check-up 한다.
너희가 믿음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신 줄을 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가 버리운 자니라 (고후 13:5)
믿음 생활 그리 쉬운 거 아니라고 사도 바울은 경고한다. 주일날 데면데면 예배 드리고 만족하고 말 사안이 절대 아니다. 영생이 달려 있는 문제이다. 너희가 너희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임재를 잊고 살면, 바로 그 시간이 버리운 자의 상태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고 있지 않는가?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기본에 충실하다. 기본에 충실한 자는…
주 예수와 함께 하는지 항상 자신의 영적 상태를 점검하고(고후 13:5)
자신이 죄에 연약한 육신임을 깨닫고, 얽매이기 쉬운 죄를 멀리 하며(히 12:1)
인내로써 믿음의 주 예수를 늘 바라봄으로써 (히 12:1-2).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어떠한 어려움, 억울함, 슬픔, 고난 앞에서 참는다(벧전 2:19).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으니 힘써 준행하려 한다(벧전 2:19).
영적 체질이 저질인 경우는 그 반대이다. 자신의 영적 건강 상태에 관심이 없다. 이러한 영적 무관심 속에서 세상과 부대끼고 세상의 거친 생각과 언어와 함께 뒹굴며 시간을 보낸다. 자신이 얽매이기 쉬운 죄의 참혹함에 둔감하다. 회개하라는 경각의 소리에 화부터 낸다. 참고 인내하기 보다 여기저기에 자신의 속마음을 뿌려대며 억울한 자기 입장을 토로하고 다닌다.
대부분 크리스천들은 건강한 성도의 삶을 누리려면, 특히 고난의 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적(知的)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고난이 싫고, 그 속에서 허우적대는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고, 앞으로 더 큰 고난 속에 휘말릴까 솟구치는 두려움이 우리의 영적 초점을 흐리게 한다. 그래서 지금 내게 닥친 고난을 넉넉히 이겨낼 수 있는 믿음과 힘을 달라고 구하기보다, 어서 이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조급하게 구한다. 조급함에는 은혜가 머물 수 없다. 조급함의 배후에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요일 4:18)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하는 자, 두려움이 있을 수 없다. 두려워하는 자, 자신을 사랑하는 자이다.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는 자이다. 영적 체질이 저질인 자이다. 그래서 자신과 자신이 처한 정황에 몰두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그의 원하심에 초점을 맞춘다.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경주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히 12:1-2).
*경주(ἀγών; 아곤): 영적 투쟁
**경주하며(τρέχω; 트레코): 온 힘을 다하며 사력을 다해서 달리다. 끝까지 버티다
이렇게 믿음으로 예수에 시선을 고정하고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오래 참고 끝까지 견디어 영적 투쟁에서 이겨내는 자가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하는 자이다. 예수의 사랑을 누리는 자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 축복을 위해 모이는 그리스도인.
이렇게 자기 입장 때문에 모이다가는 오해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기 쉽다.
그리고 이런 어린 신앙에 고착된 church-goer들이 교회를 아프게 한다.
그리스도인은 사랑 때문에 모여야 한다.
단지 하나님의 사랑을 바라고 요구만 하는 어린 신앙에서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임을 자각하는 장성한 자의 분량으로 자라나야 한다.
2023년, 영국 사회가 한국이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한 해가 예상된다. 혹 그리 되지 않을지라도, 앞으로 무거운 인생길을 걸어갈 때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힘든 시기가 올 수 있다. 이러한 고난의 파도를 마주할 때에,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온 마음과 온 성품과 온 힘을 다해 버티고 견디어, 봄날의 찬란한 햇살처럼 진리의 빛의 비춤을 받아 아름답고 귀한 알곡을 수확하는 올 한 해, 그리고 여러분의 삶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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